조혈모세포 기증을 생각하고, 기증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간단하게 후기를 올려 참고 사항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루하루 기록을 하지 않았기에 최대한 기억을 헤집어서 적어보았습니다.
1. N년 전에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기증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에 엎드려서 허리 척추에서 뽑아내는 어마어마하게 무시무시한 기증 과정이 거쳐야 했습니다.😮
2. N년 만에 조혈모세포 기증 의사를 묻기 위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3. 기증자인 나와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하는 분이 나왔다고 합니다. 기증자와 수혜자간의 개인정보는 일체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도 딱히 바라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혈액암 종류의 병을 앓고 있다고만 들었습니다.
4. 선뜻 기증을 동의함에 있어서 가졌던 고민은 '회사에서 허락해줄까? 가족들이 허락해줄까?'🤔 이것 2가지뿐이였습니다.
5. 전화로 최종 기증 의사를 주고받는 그때까지만 해도 척추에서 바로 조혈모세포를 뽑아내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 무섭지만, 내가 며칠 아프고 고생하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생각이 들자 그래도 해보겠다는 결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N년 전일지라도 '男兒一言重千金'이라고 말을 번복하고 싶지 않았고, 그때의 과거 어린 나의 결정을 지켜주고 싶은 지금 현재의 어른의 마음이었습니다.
6.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담당자님도 기증의사에 관해 굉장히 많은 설명과 번복하지 않도록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기증자 의사 말고도 직장과 가족들의 의견을 재차 알아봐달라였습니다. 그만큼 기증자의 의사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7. 당연하지만 가족들은 반대했습니다. 직장이야 업무만 빵꾸안낼 자신있다고 했고, 좋은 일에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가족들 반대는 그냥 무력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내가 하고 싶다. 자식 이기는 부모없지요...🤦🏻
8. 물론 가족들의 지속적인 반대는 기증자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정말로 하지말까? 이 생각도 당연히 들었습니다. 그래서 꼭 가족들의 의견은 꼭 잘 받으셔야 합니다.
9.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담당자님에게 알려드렸습니다.
10. 그동안 비정기적이기는 하지만 꽤 많은(50회 이상) 헌혈을 하였고 그 정보를 토대로 조직적합성항원형이 나름 일치하였나 봅니다.
11. 담당자는 전화 또는 카톡으로 전반적인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줍니다. (제가 금붕어새끼마냥 까먹고 여러번 여쭤봐도 친절하게)
12. 척추를 통한 기증 방식은 구식 방법이고 이제는 의료기술이 좋아져 헌혈마냥 팔에 주사를 꼽고 채혈을 통해 기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팔에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정맥 삽입을 하게 됩니다.
13. 정맥 삽입은 목 부근에 진행을 한다고 들었는데 흉터가 무조건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이건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정맥 삽입을 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정맥 삽입을 하는지 여부는 추후 진행 병원에서 건강검진시에 미리 알수 있습니다. (물론 정맥 삽입한다고 거부하면.. 또 이상하죠)
14. 팔은 헌혈을 많이 해서 흉이 남는거야 아무런 타격도 없는데 막상 목 부근에 흉터는 계속 걱정을 했습니다. 약간 문신으로 덮을까 생각도 잠깐 했고, 직업상 문신을 좋게 보지는 않지만...
15. 정맥 삽입으로 기증을 한다고 한들 그래도 기증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혹시나 정맥 삽입으로 진행하더라도 추후에 영광의 상처로 생각하자고 다짐합니다.
16.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유전자정밀검사를 하기 위해 몇가지 서류와 채혈 도구(주사기, 여러개의 검체용기 등)를 택배로 보내줍니다.
17. 제가 직접 피를 뽑지 못해서 직장내 의료과 직원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분께서 소중한 개인시간을 할애해주셔서 제 피를 뽑아주셨습니다.🙇🏻♂️
18.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퀵을 불러서 피 뽑은 당일 바로 수거해갔습니다.
19. 그 뒤로 한달쯤 지났을 때 결과가 나왔다고 알려줍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기증자인 저와 수혜자가의 일치율이 굉장히 높음으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20. 본격적인 일정을 잡기 시작합니다. 저는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하여 희망 병원을 대구 ▵대학병원으로 정했습니다.
21. 구체적인 일정은 건강검진(1~2시간), 입원전 방문 주사 3일간(1시간), 입원 3일간, 추후 피검사(1시간)로 되어 있습니다.
22. 대구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이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직원분이 출장을 나오셔서 여행가이드마냥 동행해주면서 도와주시기에 절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습니다.👍🏻👍🏻👍🏻(그날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3. 물론 이 간단한 건강검진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기증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주사 삽입을 팔이냐 정맥이냐 알 수 있습니다. 알려주지는 않으니 미리 물어봐야 합니다. 이날 건강검진을 마치면서 타이레놀8시간알서방정650mg와 울트라셋이알세미서방정을 처방받았습니다. 주사 투여 후 통증이 오면 타이레놀 2알정도 복용하고, 통증이 많이 심하면 울트라셋을 복용해라고 하는데 울트라셋 역시 워낙 강한 약이다보니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받았습니다.
24. 국가직 공무원이다보니 미리 직장에 이야기하여 입원기간 3일 동안 병가(추후 진단서 제출하여 증빙함)를 쓰겠다고 이야기를 해놓았으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협조 공문을 우리 기관으로 보내달라고 하였습니다. 협조공문은 팩스 혹은 이메일입니다. 전자문서는 없습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2조(장기등기증자에 대한 지원 등)
② 근로자인 장기등기증자가 장기등을 기증하기 위한 신체검사 또는 적출 등에 필요한 입원기간에 대하여는 공무원인 근로자의 소속 기관의 장은 그 기간을 병가로 처리하고, 공무원 외의 사용자는 그 기간을 유급휴가로 처리하여야 한다.
24. 입원 3일전부터 매일 그라신 주사를 맞습니다. 첫날은 맞은 부위만 어리한 통증만 오지 이상없었습니다. 둘째날은 주사를 맞고 저녁부터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몸에 열이 좀 많이 납니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팔다리 저림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타이레놀을 2알 복용했습니다. 셋째날도 비슷합니다. 더크게 아픈지는 모르겠으나 주사 투여전부터 타이레놀을 미리 먹었습니다.
25. 다소 특이사항은 주사맞는 비용은 미리 결제할 수 없어 방문 때마다 기증자가 해야합니다. (건강검진시에 직원이 나오고, 입원 3일 전에 맞는 주사에는 직원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비용은 약 15만원이 나옵니다. 그리고 3일 동안 맞았기에 총 45만원가량입니다. (물론 이 비용은 영수증을 잘보관하셨다가 입원할 때 출장나오신 조혈모세포은행협회 직원에게 인계해주면 기증자가 했던 결제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비용을 처리하는 것 같습니다.)
26. 첫날 입원은 오후이며, 입원 기간 3일 내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직원이 나와서 도와줍니다. 즐거운 병원 생활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더 챙깁니다. 속옷, 수건(여분), 전자기기, 충전선 등 (세면도구나 슬리퍼, 수건 지급이 됩니다.) 입원은 처음인지라 1일차 입원은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1인실을 배정받아 생활하는데 있어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27. 오후 입원 1일차에도 이것저것 검사 및 측정을 했고, 병원에서 주는 저녁 식사와 그라신 주사를 맞고 자유롭게 취침을 했습니다.
28. 입원 2일차 이른 아침 5시부터 병실에서 간호사가 채혈을 하고 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9시부터 1차 기증을 준비합니다.
29. 저의 경우 오른팔에서 피를 뽑아가고, 왼팔에 피를 다시 주입하게끔 하였는데 이 경우 피가 들어가는 왼팔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9시부터 약 1~2시까지 가만이 누워있어야 하기에 반드시 미리 화장실을 가서 중간에 귀찮은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TV를 보든,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든, 잠을 청하든 마음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30. 기증하는 동안 팔다리가 저리거나, 입술이 떨리는 등 아프거나 특이한 상황이 오면 즉시 옆에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얘기를 해야합니다.
31. 입원 2일차 중에 실시한 1차 기증이 성공적이면 좋았으려나, 당일 오후에 채혈이 조금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원 3일차에 2차 기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2차 기증까지는 잘 없는 경우라고 합니다.
32. 입원 2일차 저녁에 그라신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혼선 탓인지 입원 3일차 오전에 주사를 맞게 되어 2차 기증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이는 곧 퇴원 시간도 연기되었다는 의미입니다. 😂 입원 2일차부터는 굉장히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이미 1차 기증으로 슬슬 몸에 피로가 많이 쌓였고, 병실이 좋다한들 결국 집이 최고입니다.
33. 입원 3일차 아침 9시경 주사를 맞고 대기하다가 11시부터 다시 2차 기증을 실시합니다. 1차 기증보다 확실히 몸과 마음이 힘듭니다. 그래도 소량을 채혈하는 거라 약 4시간 걸려 오후 3시전에 끝난 것 같습니다.
34. 오후에는 피검사 등을 통해 제 몸에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고 별일 없으면 바로 퇴원을 하게 됩니다.
35. 그리고 2주 뒤쯤 다시 한번 피검사를 하여 이상 유무를 파악합니다.
36. 수혜자의 성공적인 기증 결과는 알려준다고 합니다.
37. 생각보다 그라신 주사에 대한 통증은 참을 만 했습니다. (feat. 타이레놀)
38. 기증에 도와주신 분들이 전부다 친절하고 밝게 맞이해주셔서 진행 중에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39. 입원은 첫날은 즐거울 수 있으나, 역시 몸이 힘들어지고 피곤해지니 만사귀찮아지고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40. 퇴원 후에는 산후조리마냥 몸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급격히 낮아진 건강을 쉽게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퇴원 후에는 체감상 최소 7일간 무리하게 음주나 운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둘 다(🍷+💪🏻)해서 회복이 느렸습니다.🥲 특히 입원 전 손목 인대에 작은 부상을 입어 아픈 상태였는데 퇴원 후에는 더 통증 부위가 확장되고 심해져서 힘들었습니다.
41. 병원을 왔다갔다 하며 지출한 교통비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있습니다.
42. 기증 후 2~3주 뒤에 피검사를 실시하여 기증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43. 기증 후 몇주 뒤에 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감사패를 보내줍니다.
44. 대한적십자가 혈액관리본부에서도 기념품을 하나 보내줍니다.
45.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 후 헌혈이 가능한 시점은 6개월이 지나야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한적십사혈액관리본부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 후 2주가 지나면 헌혈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는 공식 홈페이지 답변과 전화 문의를 통해 이중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양측 팔 정맥을 통해 조혈모세포를 채집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46. 얼마 뒤에 협회에서 전화로 수혜자가 이식을 성공적으로 잘 받았다는 결과를 알려줍니다. 다행입니다. 👏🏻
47. 42번에서 실시한 피검사 결과가 살짝 좋지 않아 다시 몇 주 뒤에 다시 한번 피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아마 그 당시에 코로나 격리해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검사를 했기 때문에 결과가 좀 나쁘게 나온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48. 이 모든 과정은 순수한 마음, 봉사와 희생 등의 가치로 시작해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9. 굉장히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50. 다시 한번 더 기증의 기회가 온다면, 저의 마음은 또 할 것 같습니다만 가족과 친한 지인 그리고 직장의 의견을 더욱더 소중하게 경청할 생각입니다. 또 한번 염려를 끼치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51. (23년 2월 28일 추가) 연말정산에 도움이 됩니다. 당시 병원 입원비가 2~3백만원 넘게 나왔습니다. 제가 비용을 부담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연말정산에는 의료비 정산에 도움이 되어 제 급여기준으로 약 50만원 가량 연말정산 환급액을 받았습니다.🤩
52. 생각날 때마다 내용을 추가 및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